언어/[유럽어와 친해지기]

[유럽어와 친해지기] 저는 영어를 할 줄 알아요.

Pauli 2024. 6. 10. 04:01

최초 작성 날짜: 2024년 6월 10일

마지막 갱신 날짜: 2024년 6월 30일

 

  파울리입니다. 이번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어떤 점에서 유리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전반적인 유럽어와 영어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한 품에 안고 자라난 유럽어

  영어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한 품에 안고 자라난 게르만어파의 유럽어입니다. 각종 자료에 따르면, 영어 전체 어원 중 60% 가까이 되는 비중의 절반씩이 각각 프랑스어, 라틴어에서 유래되었으며, 26%는 독일어, 6%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축하합니다! 여러분들은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직접 배우지 않았음에도, 많은 영어 단어로 이미 독일어와 프랑스어 단어를 알고 있는 것과 유사해졌습니다. 그것들의 원 형태와 쓰임이 영어와는 조금씩 다를지라도, 영어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사람보다는 아주 큰 이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영어는 일반적인 유럽어보다 문법적으로 아주 간소화된 점이 북게르만어파의 노르웨이어(보크몰·뉘노르스크), 덴마크어와 같은 스칸디나비아 지역 언어와 흡사하며 실제로 영어의 문법적 개념을 북게르만어에 구조적으로 얼추 맞춰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어휘들은 위의 어원 비중에서 설명되듯이 라틴어와 로망스어군에서 온 어원의 비중이 아주 높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영어를 배운 화자들이 스페인어를 비교적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작용됩니다. 스페인어도 로망스어군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은 로망스어군의 언어나 게르만어파의 유럽어를 배울 때 영어를 배운 이점을 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문장을 각각 네덜란드어, 독일어로 비교해보도록 합시다.

영어, 네덜란드어, 독일어의 비교. 이미지를 누르면 원본 출처로 이동합니다.

  위와 같이, 게르만어파에 속하는 영어, 네덜란드어, 독일어는 전반적으로 비슷하게 생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네덜란드어는 어찌 더 비슷해보이는데, 대체적으로 영어 → 프리지아어 (🇳🇱 네덜란드) → 네덜란드어 → 독일어순으로 언어가 유사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정관사 ‘the’가 문장에 일관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비해, 네덜란드어와 독일어는 ‘de’와 ‘het’ 그리고 ‘die’와 ‘das’가 각각의 자리에서 쓰이고 있어 이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우리는 의아함을 느낍니다. 이런 궁금증은 제쳐두고 이번에는 반대로 프랑스어와 영어를 비교해보도록 합시다.

영어, 프랑스어의 비교. 이미지를 누르면 원본 출처로 이동합니다.

  위와 같이, 로망스어군에 속하는 프랑스어와도 유사한 단어들을 많이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예시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 -ment, -sion, -tion 등의 접사들도 라틴어에서 유래됐기 때문에, 이렇게 끝난 단어들은 형태가 아예 똑같거나 거의 흡사하게 나타납니다.

 

  앞으로도 어떤 단어가 같은 유래를 가진다는 것은 이런 식의 생김새들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가령, 영어 의문사의 What은 네덜란드어의 Wat과 연결되고 아주 직관적인 형태를 보입니다. 하지만 finir - finish, thé - tea같은 생김새는 대조해보면 분명히 ‘그렇게 생겼다’라고 표현할 순 있겠지만, 대조하지 않고 문장만 보고 뜻을 유추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언어가 유사하다는 것은 많은 형태의 단어들이 꼭 비슷하게 생겨서 사전을 찾아보지 않고도 뜻을 유추할 수도 있게 되지만, 이처럼 사전을 찾아봐야 그제서야 두 단어의 유래가 같음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변형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도 영어는 영어입니다

  영어 하나만 배워도 많은 언어들을 커버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아쉽게도 바벨탑은 정교하게 무너진 것 같습니다. 비록 위 예시한 언어들과 영어가 같은 계통이지만 ― 혹은 역사적인 차원에서 영향을 크게 준 언어들이지만 ― 문법적인 특성과 전치사의 쓰임새, 그리고 문장마다 발음도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이런 사실에서 우리는 ‘방언의 방언화가 오래되면 언어가 된다’고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영어의 입지처럼, 어떤 유럽어들은 서로 간의 영향을 많이 받았거나 분화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번역기가 없더라도 모르는 단어 몇개만 찾아보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 포르투갈어-갈리시아어(스페인)나 🇵🇹 포르투갈어-🇪🇸 카스티야(스페인)가 있습니다. 둘 중 하나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화자의 경우, 서로 단어의 형태가 어떻게 생겼고 어떤 단어들이 다른 단어로 쓰이는지만 어느 정도 알면 문자적으로 주고받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소통이 가능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몇몇 글자는 다르게 발음되기 때문에 듣기 차원에서는 뜻에 혼동이 오기도 하고 알아 듣기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영어는 유럽어의 시작이다!

  영어도 유럽어이기 때문에, 다른 유럽어를 시작하기로 결심했을 때 어쩌면 영어가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소소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희망은 사실이지만, 이 또한 희망에 벅찰 정도로 사실은 아닙니다. (자꾸 부정적인 얘기만 드리는 것 같지만, 절대로 동심파괴를 일으키고자 쓰는 글이 아닙니다. /( _ _ )\) 영어는 북게르만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문법이 아주 간소화되어 다음과 같은 문법적 요소가 영어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 문법적 성 (Grammatical Gender)
  • 수와 인칭에 따른 동사 변형 (다른 유럽어는 한 변형이 6개씩 있는 것이 기본입니다.)
  • 명령형, 가정법, 조건법 등에 따른 동사 변형
  • 격 (cases)
  • 명사-형용사 간의 성, 수, 격 일치
  • (부)정관사의 성, 수 일치

  이러한 문법이 소멸된 탓에, 영어는 다른 유럽어와의 형태와 더 달라진 모습을 띠기도 합니다. 예로 들어, 수와 인칭에 따른 동사 변형이 잘 보존된 유럽어라면, ‘나’는 1인칭 단수, ‘너’는 2인칭 단수이기 때문에, 굳이 대명사를 쓰지 않고 동사만 문장에 남겨둔다 하더라도 동사가 그 수와 인칭에 따라 변형돼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 없이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의 경우 ‘나’와 ‘너’에 대응되는 동사가 모두 ‘1인칭·2인칭 단수’형으로 변화되기 때문에 주어가 생략된다면 단적인 맥락에서 정확한 주어를 짚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탓에 영어는 특히나 진주어, 가주어처럼 주어 자리를 채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영어에서 소멸된 문법 요소들은 다른 유럽어에서는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경우가 많거나 더 복잡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미리 염두해두고 길을 잃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들의 존재를 알았다면, 이제는 우리가 이들에 대해서 알아가야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