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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유럽어와 친해지기]

[유럽어와 친해지기] 문자의 종류와 언어와의 관계

by Pauli 2024. 6. 29.

파울리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문자의 종류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고, 우리가 외국어 단어를 문자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문자의 종류

[보기 1] 알파벳의 진화

  우리가 중국어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문자는 크게 표음문자표의문자로 나뉘고 현대에서 유일하게 쓰이는 표의문자는 한자라는 사실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유럽어의 모든 언어는 하나의 문자 혹은 일련의 문자군이 발음을 나타내는 표음문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따라서 자음과 모음이 구별돼있는 알파벳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유럽을 포함하여 아랍권과 에티오피아에서 쓰이는 언어들의 문자들의 관계를 나타냅니다. 우리가 유럽어에서 접하는 알파벳들은 페니키아 문자 - 고대 그리스 문자를 공통 조상으로 두고 있으며, 가장 밑에는 현대에서 쓰이는 문자 체계들이 나열되고 있습니다.

 

  일부 언어는 그 언어가 쓰는 독자적인 문자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예로 들면 그리스어, 아르메니아어, 조지아어의 경우, 위 이미지처럼 그리스 문자, 아르메니아 문자, 조지아 문자라는 독자 체계를 가집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언어들은 어떨까요? 유럽어의 거의 모든 언어는 로마자, 키릴 문자 두 종류에 국한되어 문자 체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유럽의 문자 체계 지도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보기 2] 유럽의 문자 체계 지도

 

  이렇듯, 우리가 일반적으로 유럽어를 배우면서 접하게 되는 문자의 종류는 고유 문자 체계를 갖고 있는 언어를 제외하면 로마자와 키릴 문자밖에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확실히 맞는 것 같습니다. 각 언어마다 글자 주변에 특이한 기호와 점이 붙어있는 것이 보이는 것을 빼면 모두가 같은 문자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개념에서 비롯된 혼동

  한편, 우리말은 한글-한국어라는 고유 문자 체계와 언어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낯선 유럽어 앞에서 개념을 혼동하기 시작합니다. 우리에게 아직 익숙한 유럽어는 영어가 전부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말을 일상생활에 쓰면서 모호한 개념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 여권에 제 이름을 영어로 적어야 하는데, 영어로 어떻게 써야하나요?
  • 이 단어는 한글로 어떻게 말해?
  • 철자 그대로 발음하면 돼. 등등 ...

  첫번째 예시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로마자가 보이는 것은 십중팔구 영어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혼동이 온 상황입니다. 영어를 쓴다는 것은 결국 로마자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로마자로 쓴다(to romanise)는 표현을 영어로 쓴다라는 표현에 기대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언어든 각 문자 체계마다 표기 방법만 정해져 있다면, 그 문자 체계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우리말을 로마자로 자유롭게 적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정하여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말을 로마자로 표기하여 나타낸 것일뿐 그것으로부터 영어 화자가 우리말을 똑같이 발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도 아니고, 또한 영어로 나타낸 것이 아닙니다.

 

  두번째 예시의 경우, 한글-한국어 어느 말을 쓰든 결국 ‘한국어로 말한다’는 표현으로 귀결되어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는 표현입니다. 두번째 예시를 올바르게 말하려면, (1) 이 단어는 한글로 어떻게 표기되는지 질문하거나, (2) 이 단어는 한국어로 어떻게 말해?라고 물어보아야 올바릅니다.

 

  세번째 예시의 경우, 우리는 로마자로 쓰인 어떤 단어를 무의식적으로 모두 영어식 발음으로 치환해서 발음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그동안 로마자로 쓰인 단어들을 보고 발음한 익숙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우리가 한 문자는 무조건 한 발음에 대응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탓입니다. 이는 틀린 생각입니다. 영어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단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배우게 될 유럽어에서 대부분 한 글자가 여러 발음으로 발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스페인어, 이탈리아어와 같이 철자와 발음의 관계가 영어보다 명확한 언어들에서 이러한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 언어 역시 구체적으로는 영어 발음과 다른 발음 체계를 갖고 있고, 강세가 있는 언어이기 때문에 개방음 강세(open syllable)를 가지므로 글자가 같더라도 구별되어 발음됩니다.


올바른 단어 읽기 방법

  우리가 어떤 단어가 적혀있는 것을 보았고 이 단어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파악하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먼저 이 단어가 어떤 언어로 쓰인 것인지 알아야 합니다. 어떤 단어는 영어와 같은 철자로 쓰였고 뜻이 같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사람 이름이 같은 철자로 쓰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영어에서도 같은 철자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 영어와는 서로 다른 언어로 쓰인 외국어 단어에 불과합니다. 어떤 언어로 쓰였는지 파악했다면, 그 다음은 해당 외국어의 발음 체계에 따라 단어를 읽어야 합니다. 예로 들어 다음과 같은 단어를 봅시다.

 

  • sentiment 감정 (英) / sentiment 감정 (佛)
  • Paul 폴(사람 이름) (英) / Pauli 파울리(사람 이름) (獨)
  • momento 순간 (西) / momento 순간 (葡)

  Paul의 경우 i가 첨가된 것 이외에는 모든 단어가 같은 철자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발음은 확연히 다릅니다. sentiment의 경우 영어는 「센티먼트」, 불어는 「상티망」이라 읽습니다. Paul/Pauli의 경우 위 예시대로 영어는 「폴」 , 독일어는 「파울리」라고 발음합니다. momento의 경우 스페인어는 「모멘토」, 포르투갈어는 「모멩투」라 발음합니다. 이처럼, 어떤 외국어로 적은 단어인지에 따라 발음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러한 탓에, 반대로 철자가 아주 달라도 발음이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 각 외국어 화자마다 같은 발음을 「로마자로 적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우리가 영어 발음을 따라 로마자로 적어내듯이, 그들은 여러분들이 요청한 발음을 그들의 발음 체계 규칙에 따라 정해진대로 표기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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